2024년 12월 '시공사'에서 발간된 저서에 대한 북토크. 중증외상센터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외상센터 환자 중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안정된 삶을 살던 사람은 별로 없어요. 건설 현장, 공장, 농경지 등에서 발생하는 산업 재해와 운수 사고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요.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중증외상센터의 역할과 기능, 외상외과 의사의 삶, 그리고 이곳으로 실려오는 환자들의 웃음과 눈물 가득한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에서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은 사건·사고로 몸과 인생이 부서지는 분들을 보며 국가와 사회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식과 배움을 '지혜'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용기' 내어 책임과 비난을 피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이 아닐까요. 나는 내면의 부르짖음을 외면하고 도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나의 선택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만드는가? 주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볼만한 우리의 양심을 향한 질문 입니다.

중증외상센터에서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이는 누군가의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바로 나일수도 있습니다. 소중한 이들과의 안타까운 이별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는 평소에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기만 할 뿐 이를 대비하는 방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생명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일상에 감사하기, 나의 유언장과 장례식 설계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하기,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행복노인 되기에 대해 배워봅니다.

현재 충남권역외상센터를 지키고 있는 13명의 전문의 중 여자 의사는 단 한 명 뿐입니다. 극한의 노동 강도, 일 주일에 100시간 가까운 근무 시간, 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야 하는 멘탈 싸움... 중증 외상은 여성이 일하기 힘든 분야라는 편견을 깨고 홀로 7살 자녀를 키우면서도 최고의 여성 외상외과의가 될 수 있었던 삶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
•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